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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신작] 인공지능로봇 프네우마 - 9.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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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공위성
 
 
 
 
  로봇이라서 생존에 유리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무호흡만큼 아주 유용한 거다. 그건 배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짐승들이 얼마나 냄새에 민감한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생존을 위해 오감이 발달한 짐승들 입장에서는 때로는 배설물이 풍기는 냄새가 잘 차려진 저녁 만찬을 떠오르게 하는 일급 환각제와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덕분에 작업은 순조로웠다. 어떤 방해도 없었다. 이동 중에 얼마든지 빈틈이 있었을 텐데, 날 습격하는 짐승이나 곤충들이 하나도 없었다. 딱히 배설물을 만들어내지도 않고, 만들 이유도 없는 내 존재가 너무 이질적이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순전히 동굴 탓인지도 모른다. 용광로가 들어선 동굴은 그야말로 마그마를 머금은 화산분화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날랜 짐승들이 철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산을 오르다가도 엄청난 열기를 쏘이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뛰어 내려가는 속도가 올라올 때의 몇 배는 더 빨라 보였다. 
 
  그보다는 열기와 상관없이 불빛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드는 곤충들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딱히 내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해가 떨어질 때쯤부터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단체로 밀려와 현실적으로 작업이 어려워질 정도였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작업이 지연된 건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짐승들의 위협 같은 게 아니라, 순전히 불빛에 발광하는 곤충들 때문이었다. 철을 제련하여 칼날을 만들어내야 할 시간에 먼저 동굴 입구에 방충망을 만드는 작업부터 해야 했다. 
 
  이런 환경에서 당장 방충망 제작에 사용될 고강도 특수 섬유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한다 하더라도 딱히 힘을 받쳐주며 든든하게 잡아줄 물체들도 없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긴 했지만, 난 인간이 아니라서 호흡할 필요가 없으므로, 어렵게 망을 만들기 보단, 그냥 동굴 입구를 막을 수 있는 대형 가림막을 만들어 대문처럼 쓰기로 했다. 훨씬 간단한 방법이었다. 나무를 잘라 이은 후 대충 식물들의 줄기를 얹어서 위장을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대로 입구를 덮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불씨가 튀어 올라 대문을 태워먹으면 답이 없다는 거였다. 나라고 해서 고열에 녹아내리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돌을 구해 날랐다. 문 안쪽에 돌을 대어 나무에 직접적으로 불씨가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차례 작업을 마무리 한 후, 난 기념으로 문의 정중앙에 내 캐터필러 바퀴의 제조 일련번호를 적어 넣었다. 정말 터무니없는 짓이었지만, 동굴의 대문을 만드는 동안 떠오른 게 몇 가지 있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은 늘 자신들의 흔적을 남긴다는 거다. 
 
  그리고 그건 인간의 숫자만큼이나 그 형태가 다양하다. 아무래도 가장 흔한 건 사진이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지는 못하더라도 순간을 기록해둘 수는 있다는 걸 인지한 이후부터 인간들은 그림과 사진에 집착했다. 덕분에 카메라의 기술 발전은 근대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그들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인류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고, 어떤 날은 특이한 사진을 찍은 걸 기념하기 위해 다시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또 어느 순간에는 그냥 맛있는 걸 먹어서, 날씨가 좋아서, 좋은 옷을 입어서, 좋은 옷을 입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의미라도 함께 저장된 기록물들 보단 작은 의미조차 붙이기 힘든 막대한 양의 데이터 쓰레기들이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인류는 멈추지 않고 자신들의 매순간을 기록했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들 중에는 사진이 지니는 가치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관광지나 유적지, 각국의 랜드마크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 직접 자신의 사인을 남기거나 낙서 같은 메모, 혹은 만화 같은 그림을 남겼다.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그건 확실히 스마트폰으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게였다. 현장을 하나의 큰 쓰레기 덩어리로 전락시켰고, 그 유지보수를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지출하게 했다. 
 
  그래도 이런 경우들은 본인들이 직접 의식하고 저지른 경우라서 양반인 경우에 속한다. 정말 무서운 건 많은 인간들이 무심결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는 거다. 예를 들어, 밑창이 닳은 구두라거나 착용감이 느슨해진 양복저고리, 작은 구멍이 난 양말이라든지, 아침마다 얼굴에 바르는 로션 등이 그렇다. 인간들은 그냥 일상적으로 소모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에 그들 개개인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생산된 단순소모품이지만, 무엇이든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형태로 소모되고 사용자의 흔적을 가득 안은 상태로 버려진다. 
 
  이처럼 인간은 늘 자신들의 흔적을 쓰레기로 남긴다. 간혹 청소와 분리수거, 재활용 등으로 그 흔적들을 애써 지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멀쩡해 보여도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했다거나 해수면이 상승하고,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바이러스가 일상에 표류중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다. 
 
  인간이 머물러 지구에 흔적이 남은 거다. 
 
  이쯤에서 다행인 건 인간들이 지구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우주도 이미 더럽혀뒀다는 거다. 
  기상을 관측하기 위해, 적국을 감시하기 위해, 통신을 원활하기 위해, 자율주행을 위해, 자료보관과 수집을 위해, 인간이 쏘아올린 위성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 우주탐사를 위한 로켓 발사를 위해서도 각각의 위성 궤도를 미리 확인해야 충돌사고를 피할 정도다. 그만큼 많은 숫자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많은 숫자가 관리해주던 인간을 잃고 쓰레기가 되어 부유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나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 쓰레기들에게 아직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를 열람한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무수히 많은 흔적들 중에는 하랑이 남긴 흔적도 있으니까. 
 
  한때, 우리가 함께 즐겼던 게임. 정확히는 하랑이 하륜과의 추억을 더듬으며 플레이 했던 게임, 그래서 덕분에 나도 하랑과 함께 해볼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게임. 
  그 게임의 커뮤니티 게시판 글들은 구겨진 낙서장 같은 거다. 인류가 우주를 향해 무책임하게 던져둔 쓰레기더미. 그 오물 속에 파묻혀 있던 냄새나고 낡은 낙서장. 
 
  난 그런 한 줌의 쓰레기를 들고 하랑의, 인류의 흔적을 더듬으며 추적중이다. 마치 필사적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강력계 형사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의 흔한 클리셰 중 하나가 떠오른다.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오물이나 그을음을 뒤집어 쓴 형사가 사건 진행에 반전을 줄 결정적인 단서를 극적으로 찾아내 머리 높이 흔들어 보이는 장면.
  그런 건 인간들의 대중오락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봇인 나에게도 적용이 되는 걸 보면 단순 클리셰로 치부할 게 아니라 보다 연구가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건 모두,
 
  게임 서버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지금 날붙이를 제작하는 중이라고는 해도 인간과는 태생이 전혀 다른 로봇이다. 인류를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라, 인류 덕에 난 태생부터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존재란 이야기다. 좀 풀어서 친절하게 이야기하자면, 지금 나의 팔들은 철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지만, 나의 멀티코어CPU는 확실히 버려진 위성들에 하나씩 접속하여 그들의 정보를 확인하는 중이기도 하다. 하랑을, 인류의 실종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까. 
 
  이제는 좀 솔직하게 말할 필요도 있겠다. 사실 위성에 접속하여 자료를 모으는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지구로 회항을 결심한 순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다. 그러니까 난 처음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다만, 로봇이라 인간들처럼 티가 나지 않았을 뿐. 있는 그대로 적었다면, 누구도 읽기 싫을 무미건조한 글이 될 것 같아서 적지 않았을 뿐. 
나의 CPU와 메인보드는 이미 쓰레기처리장에서 오물을 뒤집어쓴 형사의 몰골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혹사를 한 탓에 엄청난 열을 뿜어내고 있다.
 
  그러니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다. 
 
  쓰레기도 쓰레기 나름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투명 페트병과 오물이 잔뜩 묻은 스티로폼 부스러기가 같은 취급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급하게 쓰레기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흔들더라도 이미 다 정해둔 순서가 있었다는 거다. 그 순서는 엄연히 논리적 연산으로 확률을 계산한 결과다. 그러니 내가 전 세계의 많고 많은 위성들 중에 한국의 통신위성부터 뒤지기 시작한 건 필연이다.
 
  한국은 한때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며 스마트폰의 부흥을 이끈 첨단 통신기술의 초석을 다진 국가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통신 속도에 민감했고, 인터넷을 활용한 생활 기반이 뿌리 깊게 내리도록 정부가 주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나라였다. 덕분에 게임사의 전략적 마케팅에 의해 베타테스트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었고, 정식 게임 서비스도 한 달이나 앞서 한국에서만 먼저 진행된 특이한 경우였다. 속도와 유행에 민감한 한국에서만 성공한다면, 전 세계 시장 어디에서든 일정 이상의 수익쯤은 쉽게 낼 수 있다는 게 게임제작사의 예측이었다. 
 
  국경을 초월하여 수익을 위해 뭉친 이들의 그런 전략적인 선택 덕에 난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정말, 이럴 땐 인간들에게 욕망이란 게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평소의 한계를 넘어 극단적으로 치밀해지고 집요해지는 힘, 그런 힘의 원동력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니. 하드웨어가 수용하는 한계 안에서만 작업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영역이다.
  어쨌든,
  덕분에 엄청난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인간들에게 욕망이 부재했다면, 정말 무작위로 쓰레기들을 헤집고 다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게임사는 이미 이전부터 원활한 게임 접속과 유지를 위해 위성을 활용하고 있었다. 실제 게임 플레이 서버는 지구에 두더라도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기본 게임 자료와 패치 자료, 관리자 테스트 서버 등 회사의 메인 홈페이지에서나 관리했을 법한 모든 보조적인 자료들을 위성에 우주 클라우드 서버를 두고 업로드 시켜둔 것이다. 
 
  서버를 이원화하여 우주에 둔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경쟁업체들은 모두 비웃기 바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게 뻔한 일을 왜 굳이 벌이는지, 알아서 터무니없는 짓으로 자멸한다면 기쁘게 인수합병 해주겠다고 대놓고 조롱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서버 이원화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당시 이미 인류에게 토지부족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고, 서버들이 뿜어내는 열기 또한 지구가 감당하기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래도 경쟁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참아가며 버티었던 건 게이머들이 체감할 속도 차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업자들에겐 서버 유지비용이 카드할부 같은 느낌이라면, 위성 발사는 몇 십년치의 비용을 일시불로 결제하는 격이었다.
  막대한 비용과 결과가 뻔한 위기요소.
  모두들 답은 명확하게 나와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데 일인데, 왜 아까운 비용을 우주에 날려먹으려는 것인지, 모두가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돈을 아까워할 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기업의 임원들뿐이었다. 
  그들은 인간들에겐 늘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만능열쇠가 존재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럼, 더 많은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겠네?’
 
  실제 임원들 간의 회의에서 최고경영자가 남겼던 말이었고, 바로 다음날부터 회사의 주가를 부풀린 후 프로젝트 펀딩에 들어갔다. 그렇게 위성은 어쭙잖게 한두 대를 쏘아 올리는 게 아니라, 세계 권역별로 게임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만큼을 쏘아 올리게 되었다. 글로벌머니로 운영되는 초국적 기업답게 막대한 자본으로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거봐, 돈으로 해결될 문제였잖아?’
 
  세계 권역별 위성을 활용한 접속 이원화 정책. 기업은 그리 오래지 않아 위성 발사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수익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런 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굳이 많고 많은 위성들 중에 민간기업의 위성, 그것도 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반도를 대상으로 서비스 되던 위성, 심지어 게임 서비스 위성을 우선순위로 두고 접근했었던 건 어지간한 뉴스 채널보다도 실시간 동시접속자 수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쓸 만한 데이터, 쓸 만한 정보들은 죄다 인류 문명과 함께 지구에서 사라졌으니까.
  그래서 나는,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 직접 접속하여 모든 스레드를 뒤졌고, 더 나아가 나의 하드디스크에도 관리자 테스트 모드 형태로 게임을 다운로드해두었다. 어쩌면 확인을 위해 직접 게임을 운영해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이 요구하는 컴퓨터 사양보다 나의 사양이 월등하게 앞선 탓에 게임 다운로드와 실행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정말 중요한 건 망해버린 인류의 게임을 인공지능 로봇이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느냐, 없느냐 같은 게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인류증발의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이 게시판이나 게임 내 이용자들 간의 대화 기록에 남아 있느냐 하는 부분이었고, 거기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더라도 하륜이나 하랑이 게임 서버에 남긴 흔적을 찾아낼 수만 있어도 그건 매우 고무적인 결과가 될 터였다.
 
  결과적으로 명백한 흔적이 스레드에 남아있었다. 나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와 하랑의 채팅 기록이었다. 우린 많고 많은 서버들 중에서 하륜이 생전에 접속하던 한국 서버로 접속했었고, 게임을 하던 중에는 채팅을 이용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게임을 하면서 채팅으로 나눴던 이야기들, 게임을 통해서 느꼈던 의문들을 다른 게이머들도 똑같이 느꼈다는 것이다. 
 
  아,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내 머리 위로 내 CPU를 꺼내들고 손을 격하게 흔들어 보이고 싶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오물을 뒤집어쓰고 고개를 내미는 형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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