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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투병기(鬪病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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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기(鬪病記)




  그가 돌팔이일 거란 생각을 전혀 안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돌팔이라 하더라도 당장 내게 주어진 선택권이란 게 별로 없었다. 그의 병원은 출근길에 있었지만, 다른 병원들은 생활 반경에 있지 않았다. 아니면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야할 판인데, 스스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편도주의농양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큰 병(病)입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어떻게 참았습니까? 일단 농을 빼내야 하니 참으세요.”

  그가 주사기를 빼들어 나의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헛구역질이 봇물 터지듯 밀려올라왔다.

  “참아! 아! 아! 하고 길게 아 하고 소리를 내.”

  그의 시술은 무자비했다. 주사기의 흡착만으로는 약하다고 느꼈던지 그가 소독된 메스를 꺼내들었다.

  “주사기로는 안 되니까 지금 바로 그냥 절개하겠습니다. 아파도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세요. 절대 목으로 떨어지는 걸 삼켜서는 안 됩니다.”

  날카로워서 더욱 서늘한 칼날이 편도를 찢어 갈랐다. 울컥, 뜨거운 피와 고름덩어리가 목구멍 위로 쏟아져 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뱉어! 당장 뱉어!”

  그게 그와의 시작이었다.

  “항생제를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꼭 식사 때 지켜서 드시고, 붓기가 지금 상당하니까 아침, 저녁으로 주사를 맞아야겠어요. 퇴근길에 꼭 오도록 하세요.”

  한 동안 붓기는 순조롭게 빠져나갔고, 편도가 가라앉아서 그런지 밤새 입안이 마르지도 않았다. 다행히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완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에 몇 천 원씩 나가는 진료비와 약값 따위는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도 않았다. 이 정도로 의료실비를 청구한다면, 그 과정이 번거롭기만 할 거 같아 생각도 않고 꾸준히 병원으로 출퇴근을 했다. 열흘 정도가 지나 살만해질 만하니 그가 내 목을 한 번 만져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말로 툭 던졌다.

  “됐어요. 이제 안 나오셔도 됩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종합병원 찾기 전에 동네병원부터 가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병원 문턱을 나서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짐작들은 되시겠지만, 그 끄덕임은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편도가 밤새 다시 부어올랐고, 그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빨랐다. 속수무책으로 밤을 보낸 후 병원 문이 열리자마자 그를 찾아갔다.

  “염증이 남았었나? 그간 면역력이 정말 많이 떨어지셨나 보군요. 다시 한 번 치료를 해보도록 하죠.”

  또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엉덩이는 주사바늘에 벌집이 되었고, 항생제 부작용으로 설사가 이어져 항문도 너덜너덜해졌다. 정말 더러운 건 그 와중에도 하루의 벌이는 채워야 하니 대학병원을 찾아갈 엄두를 쉽게 내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었다. 설마, 설마, 그가 소문으로 듣던 그런 돌팔이일까? 매일 그를 찾아오는 저 많은 환자들이 그럼, 다, 돌팔이에게 몸을 맡기고 있단 말인가? 의심 속에서 시간은 흘러 다시 완치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꽃놀이 가서 술 한 잔 제대로 못했다는 아쉬움에 온몸으로 계절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게 어디 될 말인가? 그렇게 너무 용을 썼던 탓일까? 나흘 정도가 지나 또 편도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재발이 거듭되었으니 편도 제거 수술을 권합니다. 여기 소견서를 써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시려면, 예약을 빨리 잡아도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릴 겁니다. 당장 예약을 잡으세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MRI나 초음파촬영을 해봐야겠어요. 편도에 단순 염증이 아닌 다른 게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이것도 의뢰서를 써 드릴 테니 영상의학과의원에 가셔서 촬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단순 염증이면 좋겠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재차 재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까요.”

  주인의 말에 길들여진 애견처럼 나는 MRI촬영을 했다. 다행히 단순 염증이 남아서 그런 것이니 동네 의원, 이비인후과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정도라 했다. 그때쯤부터였다. 진료비 덕에 그간 깨져나간 비용들이 꽤나 무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MRI까지 찍었기에, 반드시 의료실비를 청구해야할 입장이 되었다. 대체 그간 왜 악을 쓰고 생업을 위해 고집을 꺾지 않았던 것인지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져 모든 의욕이 땅으로 꺼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등신아, 병원을 바꿔.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신암동에 가면, XXX원장이 운영하는 00이빈후과라고 있어. 그 사람이 내게 신세진 게 있으니까. 너 갈 수 있는 날을 말해줘. 내가 예약 잡아줄게. 원래 의사들 소견이라는 게 그런 거야. 돌팔이가 무식해서 돌팔이가 아니라, 자기 고집에 갇히면 돌팔이 되는 거야.”

  내 처지를 듣고 연락을 한 선배의 호통이 골을 흔들었다. 때마침 이제 슬슬 편도뿐만이 아니라 귀와 턱까지 점차 아파오던 중이라 나도 더는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사실 한편으로는 그간 의심하면서도 믿었던 나의 선택이 틀린 답이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기도 했다. 그간 주변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얼마나 권했던가? 일이 뭐라고, 그깟 생업과 일상이 뭐라고, 나는 버티었던가? 그 길로 후회를 밑천 삼아 병원을 옮겼다.

  결과적으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나는 그 돌팔이 덕에 한 달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어설픈 항생제와 함께하며 나의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녕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병원을 옮기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나는 입원치료를 받았어야 했을 정도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의 처방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항생제를 조금 더 복합적으로 쓰며, 훨씬 더 잦은 빈도로 일정 시간에 맞추어 직접 투약을 하루 3회 이상 받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소견서를 그렇게 빨리 써줬다는 게 돌팔이란 증거야. 책임지기 싫으니까 선을 그은 거라고. 넌 아프면 옆차기 하지 말고 나한테 일단 보고를 해. 의사들한테 영업하는 약쟁이 선배를 두고 뭐하는 옆차기냐?”

  쓴 소리를 마지막까지 들어야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돌아오는 요즘이라 뭐든 어찌되어도 좋다.
  돌팔이와 의사가 종이 한 장 차이, 고집과 타협이 종이 한 장 차이, 신뢰와 불신이 종이 한 장 차이.

  어쩌면 이번 투병기(鬪病記)가 혜안(慧眼)을 뜨게 해줄 계기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스스로 이런저런 차이들을 보고 간극을 좁혀 현실을 바로 헤쳐 나갈 수 있게 말이다. 물론, 그런 건 과한 욕심에 지나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아니, 말을 그럴싸하게 했지만, 사실 뭔가를 더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나이 앞자리 바뀌기 전에 얻게 된 나이 숫자만큼의 지혜 정도가 맞는 말일 게다. 그래서 스스로의 몸에게 먼저 겸손해지기로 했다.

  지금까지 쓴 모든 문장들을 부정한다. 간출하게 지난 두 달의 시간에 대해 짧게 기록한다.

  “건강과 더불어 넉넉한 마음이 돌아오고 있음이 우선 기쁘다. 그걸로 우선은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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