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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전생했더니 작가지망생이 되어 사이다패스를 써야할 팔자가 된 어느 꼰대 백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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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작가지망생이 되어 사이다패스를 써야할 팔자가 된 어느 꼰대 백수의 이야기




  신호등을 무시하고 횡단보도 위로 덮쳐오는 트럭은 이미 클리셰가 된지 오래다. 그나마 그런 클리셰라도 ‘전생, 회귀’ 판타지 장르물이 유행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서술이라도 착실하게 해주었다지만, 요즘 영리한 작가들은 그냥 첫 페이지부터 간략하게 ‘트럭’이라고 짧게 적어주거나 삽화로 질주하는 트럭 하나 그려 넣어주는 걸로 끝이다. 그냥 ‘트럭’까지만 쓰고 문단을 넘어가도 소설의 기본적인 설정을 수긍해 버리는 독자들이 있으니 활자 낭비를 않고 절약하는 거다. 그들이 활자를 낭비하는 순간은 이성들이 등장하여 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분이라든지, 화끈하게 치고받는 전투 장면이라든지, 병맛을 풀풀 풍기는 엉뚱한 개그 연출로 한정된다. 그러니 그야말로 프로들이다.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알고 긁어주니까.

  문제는 꼰대인 나는 그게 힘들다는 점이다. 소설은, 특히 판타지 문학은 설정이 전부인데, 설정을 이해시키기 위한 해설체 문장이 지겹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단어 하나로 퉁친다는 게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기본적인 설정에서부터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인데, 서사를 진행시키는 인물 간의 갈등과 개개인의 당위성, 사건의 개연성 같은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걸 모두 깡그리 무시할 만큼 주인공이 ‘넘사벽’으로 강하거나 ‘존잘, 존예’라 주변을 몽땅 오징어로 만들 만큼 매력적이다. 그냥 그걸로 모든 게 쉽게, 쉽게, 해결된다. 그러니 ‘드라마’라고 할 게 없다. 고난을 이겨낸다거나 노력하여 값진 결과를 이룬다거나 하는 걸 요즘 독자들은 원치 않는다. 이미 노력을 ‘노오력’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가정에서부터 ‘물질만능주의’를 배우고, 학교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배운 요즘 독자들에게 ‘고난 극복’ 같은 건 그저 ‘고구마’다. 그래서 이제 트렌드는

  사이다다.

  주인공은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처럼 사이다를 주저 없이 마구마구 뿌려주는 ‘사이다패스’여야 한다.

  그리고 난 ‘사이다패스’를 쓰기엔 너무 꼰대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이다가 트렌드라고 해봤자, 아직 시장에는 클래식한 진행을 즐기는 독자들이 남았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때처럼 적당히 덜 생긴 주인공이 남루한 복장으로 황무지를 걸어 마을로 접어드는 모습을 묘사했다. 주인공이 등장하여 최초로 맞이하게 되는 사건은 주인공 옆을 가로질러 가는 마차와의 조우였다. 귀족이 타고 있는 마차가 황급히 내달리며 주인공에게 흙탕물을 튀기고 가는 장면. 그 장면 하나로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성격 묘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갈등을 넌지시 던져주는 효과를 기대했다. ‘일타삼피’ 정도가 되니 소설에서 이 정도 도입이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자축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자뻑’에 불과했다.

  독자들은 당장 주인공이 마차를 세워 귀족을 흠씬 두들겨 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 화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염병할, 사이다!

  내 기준으로는 고구마 축에도 끼지 못할 작은 장치였지만, 소위 ‘쿨찐’일 것으로 유추되는 독자들은 그런 작은 장치, 아주 작은 시련, 어떤 허들조차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주인공이란 건 귀찮지만, 더 귀찮아지기 싫다는 이유로 졸린 눈을 비비며 세계를 정복하는 존재여야 하고, 어떤 구애도 먼저 하지 않지만 알아서 진심으로 주인공의 내면까지 사랑하는 이성들이 계속 꼬이고 꼬여야 하는 존재여야만 한다.

  아, 여기까지만 썼는데도 두드러기가 더 심해져서 과호흡이 되고, 어지럼증이 덮쳐온다.

  참, 여러 의미로 살기가 버겁다.

  그래서 요즘엔 그냥 펜을 놓고 쉬고 있는 중이다. 생활비 정도야 여차저차 어기영차 하여 아직까지는 돌려막기로 어쨌든 굴러가고 있으니 뇌를 조금 더 비워봐야겠다. 뇌가 사이다만큼 청량해지게 되면, 그러고 나서 다시 내 아이를 위한 동화를 써줄 생각이다. 대중을 위한 소설은 글쎄, 다시 고구마를 즐기는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그냥 ‘내 컴퓨터 문서함 폴더’에나 모셔둘까 한다. 아무래도 내 사이즈는 취미반이지 실전반이 아니다. 그래서

  대중까지는 모르겠고, 나처럼 취미가 과한 몇몇을 위한 소설이라면 여전히 생각이 있다. 취미를 취미라고 하기에는 좀 별날 정도라서 고구마와 사이다를 같이 즐길 줄 아는 소수를 위해서라면, ‘내 컴퓨터 문서함 폴더’에서 용량만 차지하는 파일을 전자책 epub 파일 정도로는 변환해줄 마음이 남아있다는 거다.

  참, 내가 직접 쓴 말이지만, 퍽이나 될 성 싶은, 꿈같은 말이다.

  그래도 꿈같은 말을 꿈으로 꾸면서 백수로 낡아가는 것이 사이다패스 주인공이 활약하는 글을 쓰는 것보단 행복하지 싶다. 그럼, 적어도 두드러기로 인한 과호흡 같은 건 겪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아,

  그냥 조금 더 권태롭게 일상을 허비하며 뇌를 청량하게 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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